728x90 반응형 소공녀의 시를 품은 공간47 게으름 배가 부르다많이 부르다하루 종일 앉아서 밥만 먹었다샌드위치를 먹으니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고그다음은 초콜릿이었다 올라가는 몸무게와점점 커지는 덩치가딱 북극곰을 연상시켰다. 이것만 먹고 공부해야지이것만 먹고 일해야지엉덩이는 의자에서 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나의 게으름은 결국 나를태만과 정체 속에 가라앉혔다. 그렇게 나는 집안의 나무늘보가 되었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11. 성년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책임의 무게는 커졌고미래는 막막하기만 했다자유를 얻었지만자유는 점점 나를 옥죄였고차가운 불안은 끊임없이내 눈과 귀를 얼게 했다. 한없이 꿈꾸던 시간에 도착했는데꿈을 갈망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었다.온 가시밭길로 둘러싸인 정글에서나는 또 미래의 시간을 꿈꾸며앞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너무나도 어둡고 무겁기만 하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9. 상실 상실은 때론 예기치 않을 때나에게 다가와 우울을 주고 간다상실이 지나간 자리엔그을린 푸른 멍과어두운 조명아래까만 자갈길이 놓여지고아픔은 경계 없이끝이 안 보이는 구렁텅이로 나를 집어넣는다 나는 상실에게서 도망가지만상실은 자꾸만 나를 덮기 위해 쫓아온다피할 수 없는 우울의 시간 때검은 그림자는 계속해서 커져만 간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7. 트라우마 내면의 깊숙한 곳에 여러 개의 바늘을 꽂아놓은 듯했다.무의식의 공포가칼로 난도질한 고통으로자리 잡고 있었으며나도 모르게 그 무엇인가를겁내고 두려워했다. 몸은 자동적으로 반응했고뇌는 산소의 흐름이 정지된 듯새하얀 백지상태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사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고만나는 인연들을 정리해 나갔지만아직까지도 그 기억은내 몸을 좀먹는 곰팡이와도 같은 상태로서서히 나를 썩히며 악취를 풍긴다 헤쳐나가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그것은 나를 진흙탕 속으로 계속해서 끌어내렸다 고통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아직까지 나에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가지 않았나 보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6. 잊혀진 얼굴 만남의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반갑고 기뻣다만남의 기다림이하루 이틀 사흘일 년 오 년 십 년이 흐르고그들은 점점 잊혀져갔다 그 시절의 얼굴들은점점 주름이 늘어가고생기를 잃어갔으며 축 처진 나잇살을 얻게 되었다. 그래도 그들은 나에게샛노랗던 모자를 함께 둘러쓰고빨간색 책가방을 등에 메어강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교가를 합창하던그 시절 앳된 얼굴을 갖고 있는다시 돌어갈 수 없는 기억 속 한 부분의 추억이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5. 그녀 그녀를 보면 밝은 태양이 느껴진다환하게 웃는 모습은마치 햇살을 머금은 강아지를 연상시켰다옷은 항상 연한 파스텔톤에신발은 꿋꿋이 5센티 굽을 고집하고손과 발은 아기를 보는 듯 통통하고 귀여웠다키는 한 160센치에하는 행동은나무늘보를 떠올리게 하면서도어떨 땐 재빠른 다람쥐가 되기도 했다.여우에 홀린 듯 오늘도 그녀의 향에 취해소주를 먹은 듯알딸딸한 기분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쳤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4. 불안 마음이 조마조마하다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다장작 속 신문지처럼전신이 검게 타오르는 것 같다 환상은 나에게좋은 꿈만을 꾸게 해주진 않았다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고아무리 불러봐도 바라봐 주지 않는다가끔 그와 어울리는 꿈을 꾸면사랑은 딱 그 시간만큼만 나에게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아슬아슬한 그의 뒷모습과도박 같은 줄타기로간당간당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쓸쓸하고 허탈한 마음만이 나를 지배했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4. 꿈속의 행복 선홍빛 세상을 보았다분홍 튤립이 만개하고공기 중에 꽃잎들이 춤을 추었다나는 세상과 함께들푸른 향내를 맡으며토끼와 함께 들판을 뛰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가슴이 아려왔다내가 지금 슬픈 건지 기쁜 건지분간을 하기가 어려웠다마침내 내린 결론은가늠할 수 없는 행복의과부하가 아니었나 싶었다 선홍빛 세상 속 행복과 그 속에 거부할 수 없는벅참과 설렘은 항상 나를꿈속의 용궁으로 안내한다.모든 생활 속나는 언제나 꿈에 살고 있다.꿈이 현실이 될 때까지나는 계속 꿈을 꿀 것만 같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2. 오염수 투명하고 맑았다깨끗하고 시원했다청량하고 다채로웠다 나는 생명수와 같은 존재였다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땅이 되기도 했고어떨 땐 산타할아버지가 되기도 했으며자연의 부모가 되기도누군가의 거울이 되기도 했다. 지금 나는 너무 아프다몸에서 악취가 나고검은 피가 흐르며내가 가는 길은점점 탁해지고 흐려진다. 아득한 옛 기억이 떠오른다그때에 나는 자연의 놀이터이자어떤 이에겐 인생의 동반자였고누군가에겐 햇빛이었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7. 1. 선물 네모난 상자에선물을 담았다색은 하얀과 핑크를 합쳐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핑크에빨강과 반짝이를 더해장식을 해 주었고두꺼운 리본과 달달한 향으로마무리를 했다.내 선물이그 사람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두근거리는 떨림과간지러운 설레임 한 스푼 더! from 소공녀 arialia 2025. 6. 24. 그럼에도 꿈을 꿨다모든 것을 잃고 포기했을 때그 허망함과 상실감이나를 옥죄여 왔다. 몸은 힘들기만 했고주변엔 아무도 없었다나는 그저숨을 쉬고 침대에 누워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었다 텅 빈 공간에 혼자라는 느낌은너무 쓸쓸하고 외로웠다. 무섭고도 지독했다. 오늘의 꿈은 내가 그럼에도포기하지 않고앞을 향해 달려가는 이유가 된다. from 소공녀 arialia 2025. 6. 22. 비오는 날 비가 내렸다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이 외로웠나 보다쉴 새 없이 내렸다그의 눈에 수도꼭지가 열렸나 보다잠가야 하는데 고장이 났나..홍수가 날 것 같았다. 비 오는 날은 기분이 꿀꿀하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여린 마음을 움켜쥐고눈물을 쏟아내는 것인지 그들의 마음에 위로라는 손수건을 건네고닦아줄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 from 소공녀 arialia 2025. 6. 21. 이전 1 2 3 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