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기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가혹해요. 기적이 필요하다는 건 불행하다는 건데, 그렇다면 불행한 일을 겪어야 그 기적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거잖아요'
- 본문 중에서..
불행이라는 것은 개개인이 느끼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라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한번 세상의 모든 불행이 사라졌을 때를 상상해 봤다. 단순히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기뻐하며 우리의 뇌에선 항상 엔도르핀이 나오는 때, 사람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과 배려로 삶을 살아가는 때.. 어느 날 부턴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불행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의 생활은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규칙과 질서가 사라지거나 규칙과 질서가 더 올곧아지거나..
책은 4가지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져있다.
첫 번째는 정선임 작가의 소설이다. 수정은 해외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죽은 고모를 데리고 같이 오라는 연락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리스본에서 고모가 죽기 전까지 머물렀던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고모의 친구였던 클라라와 고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죽기 전까지 믿었던 삶, 기적에 대해 함께 느끼게 된다.
두번째는 김봄 작가의 소설이다. 소영은 인도에 제로하우스의 작가 모임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 그녀는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과 낭독회를 함께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각각의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작가들은 같이 생활을 하며 갈등과 불화가 생긴다. 원체 소영은 언어의 표현은 서로가 원활한 상호작용을 하는데 많은 것을 정리해 줄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하며 그녀는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게 된다.
세번째는 김의경 작가의 소설이다. 다영과 병승은 방콕으로 신혼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다영은 다인용 호스텔 망고스틴에서 머물게 되는데 한국인인 두 여자아이와 같은 방에 머물게 된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이틀뒤 호텔로 거처를 옮긴다. 이곳에서 망고스틴의 두 여자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들과 호텔 수영장에서 대화를 계기로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그녀들과 친해진 다영은 이튿날 남자친구와 방콕 송끄란 축제에 갔는데, 축제는 그녀에게 악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녀는 혹시나 두 한국인 아이들도 축제를 즐기다 다쳤을까 걱정하며 이들을 찾아다니고 마지막 이들을 찾게 된 곳은 호텔이 아닌 망고스틴이었다.
네번째는 최정나 작가의 소설이다. 해원의 어머니와 낙영의 아버지는 댄스 동호회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해원은 부모들이 자신들을 위해 해원과 낙영을 함께 사이판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는데 낙영은 그곳에서 죽었다. 해원은 엄마 때문에 낙영이 죽은 것이라고 하지만 엄마는 그 아이가 해원을 사랑했기에 죽었다고 말한다. 이야기 속 해원은 죽은 낙영과 함께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이는 해원이 낙영을 놓지 못해서 그녀에게만 보이는 낙영의 환영이 아닌가 싶었다.
책은 '나와 이방'이라는 주제로 독자들로 하여금 이국의 낯선 곳들의 풍경을 떠올리며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소설은 내가 가보지 못한 이국의 냄새를 조금이나마 맡아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비록 내용은 무던했고 강렬하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아닌 외국이라는 장소를 키워드로 삼아 들려주고자 했던 부분에서 작가 개개인만의 다른 스타일을 한 권의 책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단편소설을 즐기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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