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희 작가의 '악의 주장법'은 일제강점기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피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추리와 상황의 힌트를 통해 살인자를 추론하고 잡아낸다.
한번 책을 열게되면 중간에 엉덩이를 뗄새 없이 이야기의 끝을 쫓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독초 박사 희비는 천붕대에서 예전부터 눈여겨 보았던 차돌을 자신의 비서로 맞이한다. 차돌은 배움은 없었지만 예를 잘 지키고 정이 많으며 특히 힘이 세었다. 희비는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았었는데, 남자의 죽음은 그를 칭송했던 많은 사람들 또한 죽어가게 만들었다. 희비는 차돌이 비서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현장에 찾아간다. 죽은 남자는 현재로서는 자살로 알려져 있었지만 희비는 자살이 아닌 타살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인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차돌과 사건을 조사하던 중 두 사람이 죽었다. 이 두 사람은 남자의 죽음에 진실을 알고 있는 목격자이자 증인이었다. 희비는 사건을 파헤치면서 여러 단서와 정황들을 점점 발견하게 되고, 자신을 미끼로 결국 죽음의 진실을 밝혀낸다.
박사 희비에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카논으로 그녀는 총독의 오른팔인 현 경무 총감의 누이동생이다. 또한 자살로 덮여진 남자의 이름은 미카엘이며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 또한 아름답고 천사 같은 이로 소문나있는 인물이고, 사건의 진실인 쥰은 카논의 아들이며 쥰이 사랑했던 사람이자 악함을 초래하게 만든 인물, 미카엘의 죽음과 관련 있는 인물은 시라시이 유이토라는 사람이다.
소설은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을 각각의 인물로 나타내는 듯 하였다. 카논은 조선총독부, 그녀의 아들 쥰은 일제강점기의 일본경찰, 시라시이 유이토는 우리나라를 뜻하며 소설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미카엘 또한 쥰과 같이 시라시이 유이토를 사랑한 인물로서, 이는 나라를 사랑한 독립투사를 나타내고 미카엘을 따라 죽어간 이들은 그 시절 나라의 독립을 목놓아 외쳤던 동료들과 자식들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소설은 이야기만을 본다면 '악은 비밀이 될 수 없다'라는 키워드가 생각나게 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되어있다'는 말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소설에도 악을 밝혀낸 희비라는 진실이 있었으며 진실을 밝히고 도와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주변에는 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깨끗하고 순수한 빛들이 있었는데, 이 또한 진실이 힘을 내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악함과 약함에 물들여진 우물에, 서서히 햇빛이 비춰지고 새싹이 자라나는 밝은 희망을 대리 삼아 느끼고자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악의 주장법'은 살인사건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어둡고도 밝은,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품은 맛있다 - 강지영 (0) | 2025.06.17 |
---|---|
내 발아래 시한폭탄 -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김정하 옮김) (2) | 2025.06.13 |
안녕,우리 - 심아진 (6) | 2025.06.11 |
은둔주의자 - 김도영 (4) | 2025.06.09 |
보통의 달리기 - 강주원 (4) | 2025.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