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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 발아래 시한폭탄 -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김정하 옮김)

by arialia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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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진실이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학생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MK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뿌리째 뽑아 갈가리 찢어버릴 수 있었던 사건을 만들었다. 항상 외롭고 주변의 관심을 갈망했던.. 그랬기에 그녀가 일으켰던 파장에서 마지막 장면의 선택은 그녀도 몰랐던 그녀 내면의 선함 속 양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추구했던 건 거짓된 세상살이가 아니라 평화가 아니었을까..

 

소설의 주인공 MK는 열여섯의 소녀이며 그녀에게는 이혼한 부모님과 문제아 남자친구 카를로스가 있다. 평소 소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성적에 예민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시험은 그녀의 목을 조르는 사형대와도 같았다. 이때문에 그녀는 다른 친구의 시험지를 커닝했는데 L선생님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낙제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분노한 그녀는 남자친구 카를로스와 함께 L선생님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고 선생님은 감옥으로 호송된다. 끝에 소녀는 이 모든 일의 사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상담사였던 마리아 호세 선생님과 함께 자백을 하러 간다. 이러한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그녀의 심리는 불안정했다. 게다가 가까운 주변사람들은 그녀의 상태를 걱정했으며 매체와 언론에선 이 사태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로하기 바빴다. 이 모든 상황에 진실이 된 거짓을 밝히기 위해 마음먹은 그녀가 마지막장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다음 내용이 참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이혼한 소녀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손찌검, 화풀이 하기 급급했으며 남자친구 카를로스는 죄책감이 없고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특히 카를로스는 그녀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인물로 보였다. 그녀를 제일 가까이에서 보아온 것도 그녀를 부추긴 것도 모두 그였기 때문이다. 언론은 한 소녀의 성폭행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급급했다. 소녀는 희생양이었다.

 이 모든것은 다시 한번 사람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다. 자신들의 분노 표출과 욕망, 믿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진실이 어떻든지 현재의 자극점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거짓됨을 찾아보지 않는...

( L선생님의 주변 지인들은 다들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다며 부인하고 얘기하려 했지만 경감은 들어주지 않았다. 책 속의 경감은 경찰뿐만 아니라 진실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비춰주는 듯했다. )

언론과 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하게 된 사람들 또한 자신들이 정의라 믿는 진실이 진짜라고, 그들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외치는 모습들이 그려지며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 또한 나는 소녀가 희생양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뻔한 사건을 일으킨 불씨로써 그녀 또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백을 하러 감으로서 이기심을 극복하고 자신의 양심과 손을 잡았다. 

 나는 사람의 이기심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녀가 당장에는 자백을 하러 간 것은 사실이나 이후에 또 다른 거짓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장담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소녀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하나의 사회 속에, 누군가는 이기심을 이기고 언젠가 양심과 진실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깐일 뿐일지라도 말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단순히 문제아 소녀의 거짓으로 인해 억울하게 잡혀들어간 선생님과 소녀를 보호해 주려는 사회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그 깊이를 찾아보면 다양한 감정들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의 불량 학생의 이야기로도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 발아래 시한폭탄'을 읽으며 진실과 거짓, 인간의 양심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다. 청소년의 사회, 어른들의 책임감, 여기서 일어날 법한 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심리에 대해 느껴보고자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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